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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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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22-12-21 12:5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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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 겨울엔
방죽 위에서 취객 하나가 얼어죽었다. 그러나 그것은
개인적인 불행일 뿐, 안개의 탓은 아니다. 그 속으로
식물들,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
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안개에 잘린다. 습관이란
참으로 편리한 것이다.

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
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, 곧 남들처럼
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.
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
그것으로 끝이었다.

몇 가지 사소한 사건도 있었다.
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
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
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.
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
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.

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
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
안개의 군단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.
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
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
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.
● 안개
1
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. 서로를 경계하며
바쁘게 지나가고,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
아주 드물다.
2
이 읍에 와본 사람은 누구나
거대한 안개의 강을 거쳐야 한다.
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.
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
쓰레기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. 쉽게 안개와 식구가 되고
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
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다닌다. 이곳은 안개의 성역이기 때문일것이다
날이 어두워지면 안개는 샛강 위에
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놓는다. 순식간에 공기는
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찬다.

가끔씩 안개가 끼지 않는 날이면
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.

안개가 걷히고 정…(drop)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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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형도 시인의 안개를 읽고 나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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